자연으로부터 명상, 과거로의 여행
#문상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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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으로 병원에 다녀오신 김운기 작가는 사진 이야기를 시작하니 생기가 돌았다.
사진의 역사 살아온 이야기가 누에가 실을 뽑듯 술술 나온다. 83세의 연륜에 병환 중인 것조차 잊었다. 강원도 김화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월남, 청주에 자리를 잡았다. 신문사 견습공으로 생계를 이어 가던 중 사진관에 드나들면서 어깨너머로 사진을 배웠다. 체계적으로 사진을 배운 것은 입대하여 통신학교에서 사진병 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독학으로 집념과 노력을 통해 사진에 몰두하여 충청일보 사진부에 입사하여 36년간 청주를 중심으로 보도사진 활동을 했다.
사진기자로 뉴스 현장을 쫓는 한편 그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교외로 나가 고도경제 성장 과정의 이농과 도시개발로 무너지는 도시 농촌 공동체와 마을 풍경을 흑백의 톤으로 기록하였다. 농촌과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앵글은 토속적이며 한국적 조형미를 구현하고 있다. 특히 농촌의 거주 형태와 복식, 농기구, 살림살이 등 전통 생활사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기록은 민속학적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운기 작가의 사진은 충청북도라는 지역적 범위를 넘어 지금은 사라져간 지난 20세기 농촌 사회와 한국인들에 대한 소중한 기억의 비망록으로 빛나고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기록해놓은 것이 보람
뒤돌아보면 불과 반세기 전, 아름답던 금수강산 우리의 터전이던 농공사회가 산업화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달라지고 많은 것을 잃기도 했다 . 역사는 기록으로 남는다고 했다.
“나는 그 시대를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체험하고 눈여겨보면서 아주 작은 기록이나마 사진으로 담아 왔다 . 그동안 촬영해온 사진으로 <어머니 그 고향의 실루엣으로> 재구상하여 지난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들의 모습을 담았다. 땅을 가꿔온 농부들, 티 없이 밝게 자라며 뛰어놀던 아이들, 그리고 대청댐, 충주댐건설로 고향을 물속에 버려두고 떠나면서 눈물로 통곡하던 모습도 담았다.”
아주 짧은 순간에 영원한 모습을 붙드는 예술은 사람들로부터 소중한 기억과 환영을 받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다른 예술에 비해서 그 법칙에 가장 합당한 것은 사진 예술일 것이다. 그러므로 찰나에 영원을 본다는 어느 시인의 시구가 사진 예술의 정의라는 생각이 든다. 신문사 기자로서, 작가로서 평생을 그 영원의 현장에서 있었다. 작품집 <어머니, 그 고향의 실루엣>은 참으로 남루했던 지난날 우리들의 고향과 그 고향을 파수꾼처럼 굳게 지키던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우리에게 가슴 저미는 아픔과 한과 애달픔, 그리고 울음 터지는 서러움을 일깨워준다.
어머니는 하늘로부터 가장 뜨겁고 높은 사랑의 깃발을 영혼에 세운 사람
가을걷이가 끝난 밭두렁 길을 두 아이를 한꺼번에 등에 업고 머리에는 큰 보따리를 이고 걷는 아낙, 도리깨를 치켜들고 혼자 타작하는 할머니 황소를 앞세우고 머리에 커다란 농작물을 얹은 채 아내는 소고삐를 잡고 남편은 짐 가득 담은 지게를 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부부, 고향을 지키는 궁색한 아버지들, 또한 꿈 많은 여학생이나 씩씩한 청소년들 보기 민망한 궁핍이 친구처럼 곁에 바짝 붙어 있어서 가슴이 저민다.
1960년대 내륙지방의 남루한 삶, 그 발자국에 특히 어머니들의 지난 아픔과 서러움과 한이 마치 아우성처럼 서려 있다.
“이런 사진을 찍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기록해놓은 것이 내게는 한없는 보람이다. 왜 우리는 어머니들에게 유독 그처럼 무거운 짐이 지워진 것일까. 어머니는 하늘로부터 가장 뜨겁고 높은 사람의 깃발을 영혼 깊은 속에 우뚝 세운 특별한 계급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 사진을 찍을 때 감동하지 않은 장면이 없었단다. 김운기 작가는 이제 나이가 들어 작가로의 활동을 중단했지만, 그동안 찍어놓은 작품이 많아 필요한 곳에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을 지키고 있다.
글 | 사진 | 발행일 | 제작/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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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례 | 구연길 | 2021.01 |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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