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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인, 수필가, 숲해설가

신준수

"문학과 숲을 알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

소        개 나뭇잎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시인
활동분야 문학, 시인, 수필가, 숲해설가
활동지역 충북, 청주
주요활동 작품활동, 숲체험지도
해시태그 #문학 #시 #수필 #숲해설 #신준수
인물소개

숲으로 간 시인, 숲과 사람을 잇다

 

어머니는 항상 밭에 있었다. 기둥처럼 집을 떠받치던 자식들은 하나 둘 떠나갔고 가끔씩 시골집을 찾았다. 그럴 때면 으레 집은 텅 비어 어머니를 찾으려면 당연히 밭으로 향했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는 방안에서 자식들을 맞았다. 어릴 적 고추를 말리던 방안에 고추보다 더 바짝 마른 모습으로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2010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준수(56) 작가의 첫 시집 <매운 방>은 이렇게 쓰게 된 책이다. 늙으신 어머니에 대한 시인의 애틋한 마음은 고추보다 더 맵게 우리의 코끝을 찡하게 한다.

 

 

 

푸른 자연 속에서 자란 어린 시절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신 작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할 이야기가 많다. 산과 들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연이 주는 놀잇감들은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그의 고향은 시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로 시골이었지만 6남매의 다복했던 가족과 아름다운 영월의 자연 풍광은 말없이 시인을 길러내고 있었다. “시를 써서 처음으로 상을 받은 것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시장갈 때만 잠깐 꾸미고 거의 일복만 입고 있던 어머니에 대해 쓴 시였는데 선생님께서 꾸밈없이 썼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칭찬의 힘이었을까요? 이후로 글을 쓰는 게 참 좋았어요. 하하하”

 

이후 글짓기대회가 열릴 때면 학교 대표는 으레 신 작가의 몫이 되었고, 사춘기를 넘길 무렵에는 직접 소설도 쓰면서 미래 국어선생님의 꿈을 꾸게 된다.

 

 

 

청주, 시와 재회한 특별한 장소

 

생각과는 다르게 유아교육과로 진학하고,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육아에 집중하는 동안 신 작가는 시를 잊은 듯이 보였다. 그런 그에게 청주는 시를 다시 만나게 해 준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고. “남편의 직장을 따라 청주에 보금자리를 꾸미게 됐어요. 어느 날 우연히 시창작반 수강생모집을 보게 된 거죠.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신 도종환 시인이 가르치던 시 수업이었는데 신나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 때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이후 그는 어린 시절의 가족과의 추억을 보듬고, 자연에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누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간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생태탐사 도서 <토끼 똥에서 녹차 냄새가 나요>(2010년 환경부 우수환경도서), 가족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은 시집 <매운 방>, 어릴 적 추억을 담은 <껌 먹는 두더지> 등 그의 저서들은 그의 삶을 오롯이 담는 그릇이 되었다.

 

 


숲을 노래하는 시인, 숲해설가의 길을 내다

 

신 작가는 작품을 쓰면서도 숲해설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고향이 시인을 키우고 숲해설가를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학교까지 한 시간이 넘는 산길을 손녀딸의 손을 잡고 매일 오가셨던 할머니는 숲속에 있는 나뭇잎 하나도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는 굉장한 분이셨던 것 같아요. 나뭇잎, 열매, 꽃, 나물 등 이름부터 특징, 얽힌 이야기 등 자세히 이야기해 주셨거든요. 그리고 우리 동네 산에서 자라는 식물 지도를 머릿속에 다 넣고 있으셨어요. 제가 친구들과 산에 가서 나물을 뜯어오면 어느 쪽 산에 갔었는지 단박에 알아채셨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는 지금까지도 숲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 이유는 할머니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회상했다.

 

 

 

문학과 숲이 주는 즐거움, 같이 나누고 싶다

 

문학과 숲은 서로 다른 길에 있지 않았다. 숲으로 간 시인은 나뭇잎의 흔들림에도 마음이 설레어 시를 썼고, 곤충들의 움직임이 사람과 다르지 않음을 알아채고 책으로 엮었다. 특히, 그는 숲 체험 수업을 할 때도 아이들이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감성이 자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시인과 숲해설가, 다른 길인 듯 보였지만 이렇게 서로 통해 있었다.

 

그는 새로운 책을 계획하고 있다. 생태탐사를 통해 체험한 숲이야기를 동화로 쓰는 것. “이전에 썼던 ‘토끼 똥에서 녹차냄새가 나요’의 경우 책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를 썼다면 이제는 온전히 저의 이야기를 담아서 생생한 자연생태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고 싶어요. 그리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숲 강좌를 열고 싶은 바람도 있구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참 많네요.”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과 숲체험을 하기 위해 급히 일어나는 신 작가의 뒷모습이 여름 숲처럼 푸르러 보인다. 오늘은 그들에게 숲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진다.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윤정미 서근원 2017.08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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