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버려지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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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서양화, 드로잉
"스스로를 갈고 닦는 과정"
소 개 | 옥춘을 그리는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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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분야 | 미술, 서양화, 드로잉 |
활동지역 | 청주 |
주요활동 | 미술, 서양화, 드로잉코드 대표 |
해시태그 | #드로잉 #누드 #옥춘 #뇌 #장기 #펜 #아트페어 #형식 #제례 #의식 #드로잉코드 #드로잉그룹 #집단 #인간 #삶 #암호 |
옥춘을 그리는 작가 김길은
청주에서 나고 자라 청주토박이 김길은 화가를 그녀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서원대 89학번으로 미술교육과 서양화전공인 그는 미술계 원로인 연영애 교수님의 지도를 받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려 미술을 선택했고 미술을 떠난 다른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넓고 쾌적한 작업실에 가득한 드로잉 작품들에는 제례 때나 보는 빨간 옥춘 사탕과 인간의 머릿속에나 있어야할 구불구불한 뇌와 뱃속의 장기들이 세밀하고 깔끔한 솜씨로 정갈하게 화폭 위에 얹어져 있었다. 생소한 소재들인데도 낯선 느낌보다는 예쁘고 화사하게 미소 짓거나 때론 강렬한 손짓으로 시선을 끌고 있었다. 대체 그림 안에 그녀가 담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것들인지 궁금했다.
형식의 형식, ‘옥춘’
“스스로에게 숙제를 내고 답하는 내용이 나의 그림이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형식에 얽매여 빠져 살고 있어요. 싫어 죽겠는데 그걸 내가 종용하거나 부추기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놈의 형식이 없으면 자유로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제례 의식이다. 형태도 없지만 형식의 형식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종교나 제례의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제례의식들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렇지만 없애지 못하는 한계를 느꼈죠. 제례상 위의 전이나 고기는 다른 날도 먹을 수 있지만 유독 ‘옥춘’이라는 사탕은 제례가 아니면 사용치 않는 것이고 그래서 ‘옥춘’ 자체가 ‘제례’를 의미하더라는 거죠.”
그 뒤로 옥춘은 작가의 작업의 소재가 되었다. 작가에게 옥춘은 제례의식, 형식의 형식을 적절하게 표현해 주는 소재였다.
그렇다면 화폭위의 뇌와 장기는 무엇일까. “뇌와 장기 역시 결국 인간을 나타내요. 형식 나부랭이라는 것을 표현하는데 적절한 재료가 옥춘이라면 집단이란 것은 결국 인간이고 뇌와 장기는 사람, 인간이 발전하는데 형식이 축소되고 변화 발전하긴 하지만 또 새로운 ‘형식’도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집단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죠.”
앞으로도 작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옥춘, 뇌, 장기 등을 통해 드러내 보이고 싶다. 소재에 담긴 상징적 의미들로 우리 삶의 집단화, 형식에 대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재료에 대한 고민
그는 잉크, 펜, 연필, 오일 파스텔, 먹 등을 사용해 세밀한 드로잉을 한다. 그런 세밀한 표현 기법이 본인의 작업 스타일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나무판의 결을 주목하고 나무위에 드로잉을 하기도 했죠. 지금은 종이에 펜과 칼라잉크를 사용하고 있어요. 재료라는 것이 결국 그 화가가 하는 작품의 특징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서양화 전공이라 학교에서는 공통적인 재료였던 유화를 그렸고 아크릴 작업으로 졸업을 했죠.”
한때는 오일 파스텔로 중첩된 이미지 작업을 하고 나무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어 펜으로 작업 하던 때도 있었다. 오일 파스텔은 재미가 있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고, 나무 표면 작업은 옮기기가 너무 힘들어서 다시 종이로 돌아왔다. 지금은 종이위에 세밀한 노동으로 작업을 한다.
“지금의 작업은 집요함이 있어요. 노안이 와서 확대경을 이마에 얹고 해야 하고 손가락도 아프고 힘들어요. 하지만 내 성격의 한 면을 찾은 것 같아 좋아요. 하지만 제 작업내용을 설명해야하는 때가 많아요.”
누드 드로잉, 스스로를 갈고 닦는 과정
드로잉을 주 작업으로 하다보니 누드 드로잉도 기본으로 작업한다. 2011년부터 시작한 누드 드로잉은 정기적으로 전시회도 갖고 있다.
“제 누드 드로잉은 남녀로만 구분하기엔 사람들이 너무 다르죠. 7년 동안 하다보니 ‘몸’에 질려도 보고 즐겨보면서 무언가 같은 상황을 길게 즐겨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때 내가 나를 갈고 닦는 노력과 즐기는 방법이 달라지죠.”
누드 크로키를 통해 작가는 본인만의 드로잉 의미도 찾게 되었다. 집요한 작업의 연속은 생각의 확장으로 이너져 다른 작업에도 영향을 준다. 한 우물을 파고 공부하는게 쉽진 않지만 얻는 것은 많다고 느낀다.
가녀린 화가의 손끝에서 인간에 강렬한 고뇌가 느껴졌다. 정돈되고 깔끔한 화가의 성품 같은 날카로운 펜을 들어 인간이 역사 속에 만들어온 집단화의 허울을 하나하나 벌거벗겨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글 | 사진 | 발행일 | 제작/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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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 | 염종현 | 2016.12 |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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