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書刻)과 함께 하는 삶은 즐거운 여행길
#밝은솔서각공방 #나무와 나눈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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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설치, 시각예술
스스로 버려지는 것은 없다
소 개 | 작업은 궁극적으로 요구되는 위안과 안식, 긍정의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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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분야 | 입체, 설치, 시각예술 |
활동지역 | 청주, 전국 |
주요활동 | 작품창작, 전시 |
해시태그 | #입체미술 #설치미술 #자립 #위안 #뜨개질 # |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걸 버리며 살까.
나 한 사람이 버린 것이 지구 구석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그것을 다 모아 본다면 그 부피가 얼마나 될까.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타인들에 의하여 버려진 것들을 모아서 또 하나의 의미가 담긴 예술작품으로 창조해 내는 이가 있다. 이선희 작가 그녀가 만들어내는 이런 창작활동이, 미술은 미술인데 딱히 무어라 구분할 장르가 마땅치 않다면서 ‘입체설치미술’ 이라고 붙였다.
털실, 쌓인 엽서, 헌 옷, 유리, 거울, 끈, 종이, 하다못해 돌덩이 하나까지 이선희 작가 손을 거치면 의미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그녀의 작업실 공간은 꽤 넓은 편이다. 전국적으로 유명세가 있는 예술가 작업실답다. 다소 어수선하리만치 온갖 자료들이 선반마다 가득하다. 언뜻 옛날 시골 읍내 양잠점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철심부터 몽돌까지 잡동사니가 너무 광범위하다.
우리가 앓던 모든 것
2011년도에 유행이 지나 버려진 빛바랜 헌 옷들을 주 매체로 사용하여 작업을 시작했다. 누군가의 흔적이 깃든, 그러나 그 누군가에 의해 버려진 헌 옷들을 가늘게 썰고 엮어서 실타래를 만들었다. 그것을 한 코 한 코 연결하여 편물을 완성하고 다시 잇고 이어서 공간을 덮는다든지 쌓아서 전시했다. 뜨개질하면서 교차 되는 움직임, 실의 얽힘, 그것은 세상에 공존하는 그 모든 것들이 된다. 같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엮어나가냐 하는 행위이다.
옷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처럼 각기 다른 것들이 얽히고설켜 현재를 완성한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고 희망을 찾기를 바라면서, 작가는 긴 시간 동안 작업했다. 2011년도에 시작하여 2014년까지 3년 걸렸다. 너무 부피가 커서 접어 두었다 옥상에 펴니 가득하다. 앓던 모든 것들이 9미터짜리 이불이 되어 차가운 시멘트 옥상을 따듯하게 덮었다. 수행하듯 앉아 작가의 숨을 불어 넣은 결과, 에스겔 골짜기 마른 뼈가 일어서 군대를 이루듯, 생기발랄 의미로 탄생한 것이다.
작가는 작은것에서 시작하여 결합하고, 합쳐지고, 다시 집적되는 형식의 방법론을 좋아한다. <기억, 시간, 밀도> 작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기억을 직조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였다. 주관적인 기억 수집과 그 기억을 드러내는 것,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억을 도출하는 것, 그리고 시각과 청각, 입체 감각의 다양한 링크들을 가시화시키는 것을 통해 개인의 기억이 사회문화적 상황과 매개되어 사회 안의 공통된 우리의 기억을 만들어나간다고 믿었다. 기억형성 과정을 주관적인 경험과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시도는 이번 작업을 진행하면서 얻어낸 긍정적 결과였다고 술회한다.
스스로 버려지는 것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것들은 어느 것 하나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은 없다. 과거의 실패로 남겨진 부산물도 그 자체가 모두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다. 너무 쉽게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 그것들을 캐스팅과 소성 과정에서 화장火葬을 하고, 새롭게 발화發火하여 환생還生하는 것이다. 미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드러내어, 잘해보자 다짐하며 더 나은 삶, 새로운 삶을 찾아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자신을 투영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선희 작가의 작업실에는 감긴 털실 덩이가 크고 작은 덩어리로 그냥 진열되어 있다. 무엇을 만들지 않아도 털실 덩이들을 보면서, 나는 너무나 많은 걸 시작하지는 않았는지, 풀다 만 털실 덩이들처럼 버려두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저 색색의 털실이 몽돌에 감기면 예상치 못한 유용한 의미가 담긴 작품이 될 것이다. 세상에 버려져 있는 모든 것들은 이선희 작가에게는 작업의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작품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
2015년도 전시회는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한 평 공간을 시멘트와 종이꽃으로 채웠다. 재료는 명함들과 청첩장으로 제작되었다. 얼마 전 결혼을 하여 달라진 삶에 적응하며 변화될 삶을 준비하며 작업을 했다. 가정이라는 새로운 삶에서 작가로서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균형을 찾는 법을 찾아가고 있다. 보편적인 여성의 삶과 태도에 대해 고민을 하며 작업했다. 작가는 개인적인 서사를 기반으로 창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7년도 개인전의 제목은 ‘살아갈 날들을 위한 어제의 생각’ 이었다. 찬란하길 바라던 어제 나의 다짐들이 회색빛처럼 느껴졌고, 스스로 규정지어 놓은 경계의 안팎을 넘나드는 작가의 마음 상태를 표현했다. 분명했던 생각에 물음표가 생겨난 것이다. 과거의 삶과 변화하는 삶 속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삶을 위한 작업을 했다.
구름 뒤에는 항상 빛이 존재했다
2018년도부터 2020년까지 작품들은 삶에서 느끼는 불안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에 관한 탐구로 시작된다. 좁고 소란스러운 길을 지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토바이 소리, 낯선 소음…. 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회색빛과 무거운 공기를 받아들이며,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야 했다. 결과는 장난스럽지만, 과정은 절실했다. 작가의 실존적 행위로서의 작업은 관람객들에게 시각적 흥미와 자신에 대한 성찰을 가능케 하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완성한 전시회 주제 ‘9월의 기록’ 은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다.
이선희 작가는 7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참가하였고,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를 비롯하여, 경기창작센터, 대전 테미예술창작센터, 김해 클레이아크 창작스튜디오, 대구예술발전소, 그리고 타이페이의 Bamboocurtain Studio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작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작업 자체가 자신의 개인 서사를 기반으로 하여 개인전마다 주제를 붙였다. 초반 작품들은 많이 외로웠는지 살면서 어떻게 위안과 안식이 될 수 있을까. 내면의 문제를 다루었다. 4, 5회차는 살면서 중심을 잡는 법을 고민하며 올곧게 자신을 세우는 작업을 했다. 최근에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생각하며 작업을 한다.
글 | 사진 | 발행일 | 제작/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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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 유현덕 | 2021.02 |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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