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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도자, 조각

석창원

"도자 조각 속에 우리의 얼굴이 들어있어요"

소        개 초현실에 담는 우리의 자화상, 도예화가 석창원
활동분야 미술, 도자, 조각
활동지역 청주
주요활동 전업 작가, 대학 출강
해시태그 #미술 #도자 #조각 #도예화가 #석창원
인물소개

초현실에 담는 우리의 자화상, 도예화가 석창원

“도자 조각 속에 우리의 얼굴이 들어 있어요”

 

청주시 문의면 도원1리 마을회관 1층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는 백주대낮 꿈속을 누비는 자화상들로 가득하다. 흔치 않은 도예화가로 활동 중인 전업작가 석창원. 흙을 빚어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불가마에 몇 번이나 구워내고 겹겹 그림을 그려냈는데 시바 신처럼 여러 개의 팔과 눈이 자신의 내면은 물론 보는 이의 내면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작품들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 그는 늦깍이로 도예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생활이 어려운 탓에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나와 돈을 벌어야 했다. 고등학교부터 화가를 꿈꾸는 평범한 미술학도가 되기를 바랐으나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회사에 취직하여 받는 월급만으로 부족하여 입시미술학원에서 강사 노릇을 하며 자신의 꿈을 미뤄야했다.

 

“96년 겨울이 되어서야 홍익대 입시를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회화과를 가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옆에 도예과가 있더라고요. 캔버스에 그림 그리고 있을 땐데 운명인지 도예과를 전공을 바꾸었죠.”

 

운명과도 같은 결정이었다. 처음 회화과를 꿈꾸었을 때만 해도 경제적인 이유로 산업디자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뒤집은 것이다. 도예과에서 입학하고 나서도 그는 이단아나 다름없었다. 도예과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하니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 개척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과제나 나오면 무조건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컵을 만들면 컵에다 그리고 접시를 만들면 접시에 그리고. 과제가 100개면 남들처럼 다 못 그리는 것예요. 그러니 학점도 다 C,D일 수밖에 없었죠.”

 

외골수의 길은 험난하다. 도예와 회화를 접목한 그의 작품은 경향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세계적인 사조에서 보면 더욱 더 색다르다. 카테고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도예로도 볼 수 있고 조각이나 회화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화상으로 시작했어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죠. 현대인의 소외감, 죽음에 대한 공포, 꿈, 욕망을 초현실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죠. 결국 욕망이나 꿈이라는 것이 초현실적인 것이거든요. 꿈이라는 것이 악몽 속에서 발견하는 자아이듯이 공포라는 것도 알고 보면 죽음하고 연결되는 거잖아요.” 문학으로 치면 얼마 전에 타계한 박상륭 소설가의 『죽음에 대한 연구』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듯하면서도 자꾸 파고들게 되는 내면의 이야기와 겹친다는 인상이다.

 

그가 가진 독특한 아이템이 있었기에 남보다 10년 늦게 시작했어도 10년을 앞서갈 수 있었다고 자부하는 것도 그의 수상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도예 부문 공모전으로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신문 공예대전에서 2002년과 2003년 내리 특선상을 받고, 2003년 한국공예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대한민국현대공예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2005년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은상상을 탔다. 그런 혁혁한 성과를 뒤로 그는 자유롭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에 몰두할 수 있었다. 충주와 서울을 기점으로 작업을 하다가 문의면 도원리로 옮겨와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한국공예관의 신기형 씨의 도움과 서예가 신철우 씨의 도움으로 도원리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다행히 도원리 사람들도 주민의 하나로 따뜻하게 받아들여주어 어엿한 불가마에 1작업실, 2작업실까지 가진 전업작가로 다시 거듭나게 되었다.

 

 

최근에 그는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연예인 홍석천 씨를 대상으로 작업하고 싶다는 말이 씨가 되어 시작하게 되었는게 그의 얼굴을 뜨고 여자의 몸에 서로 다른 사람들의 팔과 다리를 연결한 작품이다. 세계도자비엔날레(경기도 이천)에 한국 대표로 선정되어 일부 전시 중이다. 9월 중에 다시 개인전으로 선보일 예정이고 모든 작품을 아우른 개인전(2018년)도 기획하고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몸 비례에 맞춰 여러 번 수정 작업을 통해 또 하나의 완전체를 만들어낸 것이다. 쉽게 한 사람의 몸으로 가뿐하게 만들어내는 것은 마네킹에 지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얼굴, 몸, 팔, 다리, 손가락까지 다른 사람들의 신체를 모았어도 한 사람의 몸처럼 느껴지는 자체가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말랐으면서도 힘줄이 도드라진 팔만 보더라도 그가 초현실적으로 나타내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각기 다른 신체 속에 내재되어 있는 복잡함이 회화를 벗어나 조소로 표현되어 있다.

 

“그림으로 많이 보여주려다 보니 조각이 약해지고 조각에 강점을 두면 그림이 엉켜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거든요. 그림을 대체할 수 있는 조각이 될 수도 있는 조각이 주제인지 그림이 주제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직도 홍석천 씨와 해야 할 작업이 많다. 그리고 한쪽 벽을 마스크로만 채운다거나 홍석천 씨와 같이 그림을 그린다든지, 전체 화면 속에서도 하나하나 색이 다르고 이야기가 다른 군상들이 펼쳐지는 작업을 내후년까지 하고 싶다고 밝힌다. 공모전에 얽매이지 않고 사업비를 받아 연명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작업을 하려는 의지가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가족들과 떨어져 도원리에서 혼자 작업을 하며 지내는 그에게 도원리 작업실 1년은 뜻 깊은 한해였다. 가마가 들어서있는 도원1리 쓰레기 분류장 지붕을 보수하고 콘크리트로 바닥을 깔고 계단을 만들며 정착한 해이자 가마에 구워진 작품에 네 번에서 다섯 번 거듭 그림을 그리며 일찍이 도예에서 시작한 미술의 역사를 독특한 자신만의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나오지 않는 작품을 볼 때마다 치열한 작가의식으로 흙을 대하고 있다. 초현실에 담은 자화상이 바로 꿈틀거리는 우리들의 자화상임을 그의 도원리 시대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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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서근원 2017.08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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