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사람

문화사이다는 문화와 사람을 연결합니다.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시민들의 창의력이 연결됩니다.

ⓒ2019.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All Rights Reserved. 작품이미지의 도용 및 무단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배정문

“이제는 내안에 숨겨져 있던 기억이나 상처, 또 앞으로 다가올 선험적 기억을 표현하고 싶어요”

소     개 슬픔의 명상까지 시각화하는 조각가
활동분야 설치미술, 조각
활동지역 청주
주요활동 4회 개인전, 실험적 조형,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100여 회 전시
해시태그 #설치미술 #세월호 #슬픔 #무의식 #자아 #조각가 #배정문
인물소개

자전거가 있는 풍경에서 슬픔의 명상까지

 

조각가 배정문

 

조각가 배정문의 화두는 천불천탑 이상으로 내밀하다. 네 번째 개인전을 통해 자신만의 작가주의를 시도하고 있는 그를 보면 불교의 심우도에서 소를 찾아 나서면서 다시 저잣거리로 돌아오는 과정이 연상된다. 현대인에게 그의 이러한 소통이 단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잊고 산 것들이나 놓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집착으로 오는 고통을 돌이켜본다면 그만의 전달방식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자전거가 있는 풍경

 

처음에 그는 조각에 관심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 미술선생님께 칭찬을 많이 받았었지만 미술은 하고 싶지 않았단다. 친구들은 일찍 집에 가는데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그림을 그리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의 첫 데뷔는 중앙공원에서 열린 미술대회였는데 그 때 자전거가 있는 풍경이라는 그림으로 수상을 했다. 오토바이 판매를 하시던 아버지 곁에서 늘 보았던 장면을 그림에 담았었다.

 

매일 아버지께서 오토바이를 분해하고 조립하고 수리하시는 모습을 보다보니, 평면보다는 입체에 관한 관심이 많았어요. 잠재된 기억을 미술로 풀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체인 조각을 전공하게 되었죠.”

 

 

자아와 무의식의 탐색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가장 많은 작업을 했던 건 미술창작스튜디오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첫 전시주제는 “The Ego. At The Edge Sea of the Infinity”(2009)였다. 상주하는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고 한다.

 

작업을 작가주의를 갖고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시기이기도 해서, 아마도 저 자신에 대해 많이 들여다보지 않았나 싶어요. 그때 여러 가지 형태의 테라코타도 하고 FRP, 오브제 작업도 하고 또 다작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시기였고 고민도 그만큼 많았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한 가지 형태나 재료에 집중하기 보다는 조각이 가지고 있는, 조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소재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의 고민이 녹여낸 것은 자아이다. 그런데 그것이 끝없는 바다에 맞닥뜨려 있다는 점은 그의 바다는 아직 해인의 바다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다는 무한하고 언제가 우리 모두가 도달해야할 지점이기도 하다.

 

인간의 무의식에 관한 탐색을 시작한 그는 두 번째 전시 주제로 무의식적 위선에 대한 발아”(2013)를 잡았다. 어쩔 수 없이 위선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들을 그는 시각화하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 그 사회가 추구하는 또는 사회가 이미 만들어 놓은 질서에 갇히거나 안주하는 것 같아요. 딱딱한 규범이든, 도덕적 규범이든 규범이라는 것이 있을 건데, 거기서 살아내기 위해서 우선은 자기스스로를 어떤 태도로 들여다봐야 하느냐. 그걸 시각화 하려면 나는 어떤 식으로 조형화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는 자아와 무의식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은 위선이라는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는 더욱 위선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해온 게 아닐까.

 


304
개의 풍탁과 삶과 죽음의 명상

 

2015년부터 설치작업을 시작한 그는 설치작업으로 인해 표현영역이 커졌다고 말한다. 표현영역이 커진다는 것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설치가 여러 장르의 예술을 통섭해 잘 녹여내는 장점이 있음을 그는 간파했다. 그가 세간의 눈에서 출출세간의 눈을 뜨게 된 것은 어쩌면 세 번째 주제인 내세로의 여행(Resonance Post Death:2015)”으로부터일지 모른다. 304개의 풍탁과 같은 종을 통해 구천을 떠도는 중음신을 달래고 있다.

 

화나기도 하지만 한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슬픔이니까 상처만 표현할 것이 아니라 옛날 상여 갈 때 노래 부르고 상여꾼이 종을 울리면서 운율, 음악, 장단에 따라 랩 하듯이 죽음의 길을 동행했던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죽은 사람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절차가 어렸을 때는 두려웠던 적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숭고하고 아름다운 행위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너무 요식적이고 형식적으로 망자의 장례를 치르잖아요. 옛날에는 불편하고 더디고 그랬을지언정 죽은 사람에 대한 예를 갖추었죠. 물론 빈부나 형편에 따라서 장례의 규모가 달라졌지만 어쨌든 귀하게 모셔서 묘지까지 운구하는 그 장례절차가 지금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태도와 정말 달랐던 것 같아요.”

그는 세 개의 배를 통로로 상징화하여 수의를 입힌다는 생각으로 실로 엮었다고 했다. 살아남은 자의 책무와 부채를 물을 건너는 배로 상징화하였는데, 반야용선이나 동행하는 도반처럼 보이기도 한다. 슬퍼도 슬프지 않은 의례를 통해 그가 할 수 있는 용서를 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의 가장 최근의 개인전 누()-삭연(索然)(2017)도 세월호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세월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죽음과 슬픔에서 더 나아가 시각화를 시켰다.

 

철판을 잘라서 조각조각 이어붙인 배를 만들고, 철조로 만든 배안에 열선을 깔고 그 안에 파라핀을 넣었어요. 파라핀이 열선에서 녹으면 조각조각 이어진 철 조각 배 안에서 눈물처럼 촛농이 뚝뚝 떨어지거든요. 그 아래에 놓인 백화 된 천연산호 위로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산호는 결국 생명이 다하고 죽어서 백화 된, 딱딱해져서 생명을 잃은 부재의 상징이고 그 위에 눈물이 떨어지도록 연출해서 삶과 죽음, 슬픔과 기억 같은 것들을 시각화했던 것입니다.”

 

그는 슬픔에 관한 명상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오브제는 배로 형상화 된다. 배는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 망자를 태우고 저승으로 떠난다. 그에게 명상은 그냥 조용하게 머무는 시간이 아니라 사색을 통한 역동적인 관계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그는 시각화한 것이다.

 


작업의 정리화
 

 

그의 요즘 새로운 작업은 간소화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내안에 숨겨져 있던 기억이나 상처 또 앞으로 다가올 선험적 기억을 표현하고 싶어요. 사후에 만약 의식이 있어서 내가 살아 있었던 동안을 돌아보게 하는 기재가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시각화 할 것인가. 사실은 지금 그런 방향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는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즉 지금까지 열심히 내뱉고 싶어 했던 이야기의 중심을 놓아주는 작업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의 숙제는 어떻게 하면 시각적으로 구별하는 것이나 표현해내려는 것을 소박하게, 과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 그러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의 새로운 작업을 기대해본다.

관련이미지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이종수 정상민 2019.03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연관컨텐츠